첫 아이를 임신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던 작년 봄 무렵, 담당 의사 선생님이 바뀌었습니다. 미국 연수를 마치고 막 돌아오신 이효련 과장님이 맡아주신다는데, 연수 중에 감이 떨어지셨으면 어쩌나 내심 걱정했던 기억이 나네요ㅎ 얼마 지나지 않아 이전 주치의 분의 성함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이효련 과장님께 의지하게 되었지요. 모든 질문에 진심으로 답해 주시고, 한국어가 서툰 남편을 위해 영어로 빠짐없이 설명해 주시는 배려가 매번 방문할 때마다 전해져 왔습니다.
임신 막판에 고혈압과 단백뇨가 나타나 임신중독증인가 싶던 차에, 유도분만을 한 주 앞둔 어느 날 집에서 재어 본 혈압이 생각보다 높았습니다. 혹시 몰라 병원에 전화를 걸어 간호사 분께 말씀드렸지요. 생활습관을 조심하라는 조언 정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어요. 그리고 몇 분 지나지 않아 과장님께서 당장 병원으로 오라 하셨다는 연락을 받았지요. 병원에 가자마자 그 날로 유도분만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설명을 들었고, 진통이 시작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기 상태가 나빠지고 있으니 급히 제왕절개 수술을 하자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덕분에 아기는 위기를 겪지 않고 그 날 무사히 태어났습니다. 그 일련의 과정 속에서, 이효련 과장님의 신속한 판단이 없었더라면 아기나 (아기가 혹여 잘못 되었더라면) 저나 어떻게 되었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오래도록 깊이 감사 드립니다.
한편으로는 간호사님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아기가 태어난 날의 밤, 수술 후 몇 시간이 지나도록 혈압도 맥박도 체온도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고 온 몸이 떨려올 때, 당직선생님과 간호사님들의 침착한 도움이 없었더라면 또 어떻게 되었을까요. “산모님, 정신줄 놓으시면 안돼요” 하고 외치던 간호사님의 목소리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네요ㅎ 위험한 밤을 넘긴 후에도 불안해 하는 저를 위해 며칠 동안 밤 중에 수시로 혈압을 재어주신 간호사님들께 모두 고마웠어요.
그 고생을 다 잊었는지, 저는 올해 다시 연년생 아기를 임신했고, 이효련 과장님과 내과 조유리 과장님이 정기적으로 살펴 주신 덕분에 무사히 임신기간을 보내고 예정된 날 제왕절개 수술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고비가 없나 보다 했는데, 수술 나흘 후에 갑자기 혈압이 치솟더군요. 세 시간 간격으로 20씩 오르는 혈압을 보면서 다시 두려워졌을 때, 일일조리원을 지키는 당직 간호사분들이 하나같이 큰 의지가 되어 주셨습니다.
간호사님들의 이름을 한 분 한 분 여쭙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누군가를 따로 떼어 감사드리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지난 2년 동안 분당제일여성병원에서 만난 모든 간호사님들이 훌륭하셨습니다.
의사분들도 간호사분들도 매일 성실하게 직업으로써 일을 해나가고 계실 터이지요. 다만 산모들에게는 생애 가장 중요하고 불안한 순간에 은인으로 다가온다는 것, 그리고 그 성실함과 따뜻함으로 자신의 직업을 더욱 귀하게 만들고 계시다는 점을 병원에 계신 모든 분들이 알아 주셨으면 합니다. 다시 한 번 지난 2년간의 동행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종종 뵙겠지만요!).